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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개츠비'로 브로드웨이 진출…"'오징어게임'처럼 사랑받는 콘텐츠 만들 것"
- 작성일2024/03/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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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박민주 기자 “‘오징어게임’이나 방탄소년단(BTS)처럼 한국 뮤지컬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프로듀서이자 대표로서 모든 나라에서 좋아할 수 있는 뮤지컬 작품을 만들기를 바라고 브로드웨이가 그 통로가 될 것이라고 믿어요.”
2001년부터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를 이끌어 온 프로듀서 신춘수(55) 대표는 한국 뮤지컬계의 풍운아로 불린다. 한국인 최초의 브로드웨이리그 정회원인 그는 영국의 웨스트엔드와 함께 세계적인 공연 문화의 중심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온 인물이다. 오디컴퍼니는 4월 25일 1500석 규모인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정식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그간 브로드웨이 진출을 모색하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한국의 프로듀서가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것은 처음이다.
신 대표는 앞서 뮤지컬 ‘드림걸즈(2009)’ ‘홀러 이프 야 히어 미(2014)’ ‘닥터 지바고(2015)’ 등으로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그러나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브로드웨이를 향한 꿈은 번번이 아쉬움을 남겼다.
첫 도전 이후 15년. 신 대표는 미국 출신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브로드웨이 흥행 신화를 다시금 꿈꾼다. 최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예전 작품들이 ‘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체계적인 도전과 전략이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홀러 이프 야 히어 미’와 ‘닥터 지바고’에서 신 대표는 공동 리드 프로듀서를 맡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그는 “작품을 혼자 맡는다는 건 모든 방향성을 혼자 결정하는 것”이라며 “두 작품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제작 단계별로 준비가 돼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진출 전 오디컴퍼니는 국내에서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만차’ 등 흥행작들을 통해 명망 있는 뮤지컬 제작사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브로드웨이와 해외 진출을 향한 열정을 이어가는 신 대표를 향해 ‘뮤지컬계의 풍운아’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따르기도 한다. 신 대표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콘텐츠는 큰 시장에서 보여져야 부가가치가 생긴다. 영상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전 세계 연결망이 생겼지만 공연은 다르다”면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해야 뮤지컬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작품이 20년 동안 공연되면서 20조~30조 원의 수익을 거두는 게 뮤지컬이지 않나. 오디컴퍼니가 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세계로 도전하는 제작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의 생리는 냉정하다. 제작 스케줄이 탄력적인 한국과 달리 브로드웨이는 정교한 시스템이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은 곧바로 폐막된다. 이를 대체할 작품도 무궁무진하다. 쏟아지는 신작의 홍수 속에서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도 어렵다. 신 대표는 “그곳에서 성공하려면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트라이아웃 공연(시범 공연)에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5월에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또다른 뮤지컬 ‘개츠비’가 브로드웨이 무대 위에 오른다. 같은 소재의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브로드웨이에 오르는 것은 드문 일이다. 1999년 조셉 몬큐어 마치의 서사시 ‘와일드 파티’를 원작으로 한 두 작품이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공연된 사례 정도다. 신 대표는 “달리 얘기하면 개츠비가 그만큼 매력 있는 이야기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흔히 ‘위대한 개츠비’는 원작 소설만큼이나 배즈 루어먼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동명의 영화(2013)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을 보기 전 관객들의 기대도 영화처럼 화려한 의상과 파티로 쏠리기 쉽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1920년대는 온갖 유행과 화려함이 있던 광란의 시기였다. 원작은 물질주의와 정신이 충돌하는 시대를 통해 진정한 아메리칸 드림을 담아내는 데 방점을 찍는다”면서 “뮤지컬도 한 여자를 사랑해서 모든 것을 바친 개츠비의 서사를 통해 관객이 아메리칸 드림을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서의 표현 또한 자연스럽게 영화와 차이를 둘 계획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오디컴퍼니가 중시하는 점은 오직 완성도다. 다양한 작품으로 현지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언어·문화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신 대표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완성도가 필요하다. ‘한국적’이라는 수식어와 상관없이 관객들에게 울림을 주는 요소는 보편성”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을 만드는 데 소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어떤 작품을 만드느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디컴퍼니는 국내에서도 조선 최초의 테너 이인선에게 모티브를 얻은 신작 뮤지컬 ‘일 테노레’를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꾸준한 신작 뮤지컬 발표는 국내에서도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발전시키려는 신 대표의 의지이기도 하다. 지금의 오디컴퍼니를 있게 만든 ‘일등 공신’ 작품 ‘지킬 앤 하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04년 초연된 후 올해 말에도 20주년 기념 공연이 예정돼 있는 장수 뮤지컬이다.
장기적인 신 대표의 목표는 총괄 프로듀서로서 콘텐츠 제작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겸임하고 있는 오디컴퍼니 대표직은 내년 봄쯤 내려두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오디컴퍼니가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고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통해 향후 5년간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 원)의 기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분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는 “경영과 프로듀서의 일이 분리되는 시점에서 오디컴퍼니는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도 내려올 준비를 하면서 매일 디데이를 세듯 날짜를 지우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와 한국을 오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대의 나이로 창립한 오디컴퍼니와 함께 달리면서 그도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2000년 140억 원 정도로 추정되던 한국 뮤지컬 시장의 규모도 2022년 4000억 원을 넘어섰다. 28배가 넘게 성장하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도 극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의 초대 협회장을 지내고 있기도 한 그는 공연의 끝없는 가능성을 믿고 실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공연 시장이 활성화되는 건 관객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이라면서 “관객들도 여러 공연을 보면서 성장하고 있다.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 관객들의 성장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공연을 거쳐 2025~2026년에는 한국 공연도 점치고 있다. 신 대표는 “뮤지컬계 종사자 모두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하려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다”면서 “저는 선배로서 이번에 꼭 성과를 거둬 길을 열어주고 싶다. 이번 성공이 한국 뮤지컬의 한 페이지에 중요한 계기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CEO&스토리] '개츠비'로 브로드웨이 진출…"'오징어게임'처럼 사랑받는 콘텐츠 만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