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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한국 뮤지컬, 세계 시장서 경쟁력 있어···팬데믹 교훈으로 도약해야”[인터뷰]
    • 작성일2022/07/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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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한국 뮤지컬, 세계 시장서 경쟁력 있어···팬데믹 교훈으로 도약해야”[인터뷰]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초대 회장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팬데믹 교훈으로 뮤지컬 생태계 재점검 해야”
    ‘뮤지컬 본토’ 브로드웨이 공략…“한국 뮤지컬 경쟁력 있어”



    지난해 출범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초대 회장을 맡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오디컴퍼니에서 만났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국 뮤지컬은 빠르게 성장했다. 2001년 한국에 상륙한 <오페라의 유령>의 이례적 흥행을 계기로 대중적으로 생소한 장르였던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시장은 이후 2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연간 매출액 100억원을 밑돌았던 뮤지컬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연 4000억원을 돌파했고, 전체 공연 시장 매출의 약 78%(2021년 기준)를 떠받치는 ‘산업’이 됐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이런 도약의 중심엔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수장 신춘수 대표(53)도 있었다. 2001년 오디컴퍼니를 설립한 뒤 ‘뮤지컬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국내에서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스위니토드> 등 대작들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뮤지컬의 대중화를 견인했다. 여러 창작 작품으로 ‘뮤지컬 본토’라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 문을 일찌감치 두드린 그는 브로드웨이 제작자·공연장들의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계 전체가 타격을 받았던 지난해엔 뮤지컬제작사 25개가 모여 출범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지난 4일 서울 청담동 오디컴퍼니에서 만난 신춘수 대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뮤지컬 제작 환경의 불안정성을 절감했다”며 “한국 뮤지컬이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커진 시장에 맞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고속성장 이면 취약성 드러나…“규모 맞는 건강한 생태계 절실”

    예기치 못한 팬데믹을 계기로 뮤지컬계는 변곡점을 맞았다. 화려한 성장의 이면에 취약했던 기반이 드러났다. 극장이 아예 셧다운 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었지만 기약 없는 공연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고, 그럴 때마다 스태프들과 앙상블 배우들의 생계도 위태로워졌다. ‘각자도생’해왔던 뮤지컬 제작사들이 뭉쳐 협회를 세운 이유다. 지난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최근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언제든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 지난 팬데믹이 남긴 교훈일 것이다. 신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뮤지컬 시장이 급속도로 커진 덩치 만큼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업계가 공유하게 됐다”며 “더 나아가 뮤지컬이 영화나 K팝, K드라마처럼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지원과 산업적인 육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뮤지컬의 취약점을 공연이 올라가는 단계에서부터 찾았다. “제작비 100%의 펀딩이 이뤄진 다음 공연을 시작하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우리는 제작비의 10%만 있어도 공연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와 대출 등으로 불안하게 공연을 올리고, 작품이 흥행하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생겨나는 시스템이죠.” 업계의 낮은 진입 장벽으로 배우·스태프의 출연료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부실 제작사들이 생겨나는 것은 뮤지컬 종사자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우철훈 선임기자

    창작자의 도전 정신으로만 작품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것은 그가 지난 20년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2009년 <드림 걸즈> 이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는 성과까진 이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죠. 그 당시 미국 극장주와 얘기를 하는데, 제가 뮤지컬을 ‘꿈’이라고 하니 그는 뮤지컬을 ‘돈’이라고 하더군요. 뮤지컬은 수백명이 함께하는 작업에 많은 돈이 들고 또 리스크도 크잖아요. 펀드레이징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인데, 펀딩이 다 되지 않은 채 작품이 실패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그 때를 기점으로 제 관점도 (창작자에서) 프로듀서로 변한 것 같아요. 저도 몇 작품이 실패해서 몇년간 그 부채를 갚아야 했던 경험이 있는데, 흥행엔 실패했지만 그 경험 자체는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뮤지컬 본토 공략…“한국 뮤지컬, 해외 시장에 도전할 때”

    대학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뮤지컬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지만 그간 뮤지컬 시장을 주도해온 것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신 대표는 한국 뮤지컬이 다양한 도전이나 실험 대신 작품성과 흥행이 검증된 레퍼토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라이선스와 창작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접근”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저는 ‘한국 뮤지컬’의 정의가 뭐냐고 묻고 싶어요. 예컨대 <햄릿>이나 기타 공연권을 획득한 해외 연극을 공연하는데,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한국 사람이 연출하면 그 누구도 라이선스 연극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연극이죠. 뮤지컬에만 유독 라이선스와 창작 이분법을 붙입니다. 관객은 이 뮤지컬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는지, 외국에서 왔는지 따지는 게 아니라 작품의 만족도를 따집니다. 결국엔 작품의 경쟁력이 중요한 것이죠. 원작이 튼튼한 게 경쟁력이라면, 그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게 한국 뮤지컬을 세계화시키는 길이죠.”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지난 20년간 선보인 주요 공연 포스터.

    2001년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첫 발을 내딘 오디컴퍼니는 해외 뮤지컬을 그대로 들여와 공연하는 레플리카 방식 대신 원작을 재창작에 가깝게 각색해 무대에 올리는 논레플리카 라이선스 뮤지컬로 여러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비롯해, 오디컴퍼니가 새로 프로덕션을 맡아 연장 공연하고 있는 <데스노트>도 그 중 하나다. 이른바 ‘현지화’가 가장 잘된 뮤지컬로 꼽히는 <지킬앤하이드>는 원작을 재가공한 버전이 2006년 일본에 진출하고 2017년 월드투어를 통해 ‘역수출’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작품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되 원작을 더 발전시킬 부분을 우선적으로 고민한다”며 “<데스노트>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제안으로 맡게 됐는데, 대본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걷어내 드라마적인 흡인력을 높이고 무대는 영화적인 기법으로 판타지적인 요소가 도드라지도록 각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오디컴퍼니는 해외 무대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년 쌓아온 레퍼토리들을 공연하는 한편 새로운 작품 7편도 동시에 개발 중이다. 그가 글로벌 창작 뮤지컬로 개발 중인 <위대한 개츠비>는 2024년 개막을 목표로 브로드웨이에서 2차 리딩까지 마쳤고, 내년 국내 트라이아웃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도 K팝이나 영화처럼 콘텐츠 산업으로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한국 뮤지컬이 쌓아온 노하우,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이제 해외 시장에 도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고, 거기에 맞는 제도 정비와 정부 지원도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오디컴퍼니는 앞으로 오리지널 뮤지컬로 승부를 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만든 뮤지컬로,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뮤지컬 본고장에서 수상소감을 해보고 싶네요.”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58944?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