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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 넘는 K뮤지컬③] “K-뮤지컬 ‘토니상’ 도전, 더 이상 꿈 아냐”
    • 작성일2021/12/29 16:26
    • 조회 1,158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인터뷰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초대 회장 선임

    표준계약서 등 합리적 제작시스템 마련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K-드라마로 시작한 한류 열풍은 케이팝(K-POP)을 넘어 영화, 웹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년 이후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등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해온 한국 뮤지컬에도 이제 ‘K-뮤지컬’이란 명칭이 붙고 있다.

     

    신춘수 대표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오디컴퍼니

    하지만 한국 뮤지컬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그에 선행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가장 먼저 시장의 고속 성장과 동시에 생겨난 기형적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신춘수 대표를 초대 회장으로 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을 보면 현재 대형 그룹과 대기업 배급사가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잖아요.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지기 전, 영화사에서 직접 배급을 했던 시기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자본을 투자가 아닌 철저히 개인 자본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죠. 쉽게 말하면, 지금의 뮤지컬 시장은 과거의 영화 시장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제작 불안정성을 없애는 게 지금 우리의 과제인 셈이죠.”

     

    이에 따라 지난달 처음 열린 ‘K-뮤지컬 국제마켓’의 총괄 프로그램 디렉터이기도 한 신 대표는 한국 뮤지컬 투자 시장의 한계 극복을 위한 세 가지 당면과제로 “한국 창작 뮤지컬 경쟁력 제고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합리적인 제작방식 구축으로 인한 시장 확대, 프로듀서와 투자자 간 신뢰와 비즈니스적 네트워크 형성”을 꼽았다.

     

    뮤지컬이 콘텐츠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작품들의 저작권 보호, 배우 및 스태프를 위한 표준계약서 작성 시스템의 구축 등을 통해 종사자에 대한 보호가 이뤄져야 하고, 정부와 장기적인 정책을 논의해 뮤지컬산업을 육성, 배우, 스태프, 창작진을 아우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매달 한 번씩 진행될 포럼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미국 브로드웨이는 배우, 스태프 등 각 파트별 유니온(조합 또는 협회)이 있어 매년 정책적인 협의를 하는 데 반해, 한국은 회사마다 계약서 형식도 다르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등 아무런 기준도 없는 거죠. 특히 코로나19로 공연이 멈췄을 때 어떠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현실이 컸어요. 예를 들어 미국은 앙상블의 최소 출연료가 정해져 있다거나 연금, 보험 등으로 보조해줄 수 있죠. 하지만 한국은 감성에 호소해 공연을 완성했어요. 이제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무엇보다 이런 체계적인 공연 시장 발전에 얼마 전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공연법 개정안’이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번 포럼에서도 제작사 투자자들 외에도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여럿 왔고 사인도 받아가셨어요(웃음). 건강한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저 역시도 공연을 처음 시작할 땐 프로듀서의 개념보다 예술가의 측면이 강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 인식 때문에 (뮤지컬을 독립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늦어진 거예요. 이젠 과거의 그릇에 담기엔 산업이 너무 커졌잖아요. 공연법 개정안이 발효가 된다면 그에 따라 정책과 예산이 뮤지컬에 별도로 편성이 되고, 산업적 측면에서 많은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신 대표는 해외 진출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새로운 뮤지컬로 꼭 (브로드웨이 진출에) 성공해 한국 프로듀서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01년 4월 6일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첫발을 내딛은 신 대표는 제작사 오디컴퍼니를 세우고 지난 20년간 40여편의 작품들로 관객을 만났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 도전하고 대중화에 앞선 그는 브로드웨이 제작자·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 한국인 최초 정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뮤지컬 ‘드림걸즈’를 발판으로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했다.

     

    다만 ‘닥터지바고’ 등 흥행 실패로 쓰라린 경험도 맛봤다.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몰린 뼈아픈 시도들에 대해 신 대표는 ‘실패’가 아닌 ‘경험’이라고 말한다. 최근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얼굴을 비추기도 했던 그는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생각났다. 정말 열정적이었고 행복했다”면서 그 당시의 경험을 자산으로 2018년부터 자사 작품의 투자비율 100%를 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로드웨이의 경우 작품의 펀드레이징이 되지 않으면 아예 작품을 올려주지 않아요. 100% 펀딩 완료 시에만 작품 제작이 가능한 거죠. 투자계약서상 시장 리스크도 명확히 명시하고 있고요. 저 또한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잖아요. 제가 2012, 13년 미국 프로듀싱 작품을 선보였을 때도 펀드레이징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어요. 당시 미국 프로듀서와 반씩 제작비를 부담했는데 투자를 받지 못해서 오디컴퍼니의 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죠. 즉 도전정신으로만 작품이 올라갈 순 없다는 거예요.”

     

    실제 신 대표는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오디컴퍼니의 작품들 중 100% 투자된 5개 작품(‘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두 시즌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과 그렇지 못한 4개 작품(‘뉴시즈’ ‘컨택트’ ‘타이타닉’ ‘닥터지바고’)의 손익율을 비교설명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18년 이후 100% 투자 작품의 손익율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그렇지 못한 작품에 비해 200% 가량 높았다. 이에 따라 신 대표는 뮤지컬 전용 펀드 조성을 구상하면서 국내 시장의 상황을 고려한 ‘한국형 투자 모델’을 제안했다.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투자의 배경은 절대적으로 작품의 완성도가 기반이 돼야 한다.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배우, 연출, 제작 능력 등 결국 작품의 완성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기 위해선 투명한 자금 운용도 중요하다. 신대표는 검증된 제작사를 회원으로한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로 SPC를 운영하면서 사업을 관리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제작비가 마련되지 않으면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출발점이 되는 겁니다. 미국에선 투자자와 극장이 어떤 프로듀서가 작품을 하고 어떤 사람들이 출연하는지 미리 볼 수 있도록 리딩공연을 하는데, 매력적이지 않은 작품에 극장을 줄 수는 없다는 거죠. 곧 완성도가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국내외의 누구나가 봤을 때 대본이나 음악적 완성도가 필요하단 말입니다. 당연히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저 역시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닌 것처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노력해야 할 지점인 것 같습니다.”

     

    일각에선 검증된 배우와 작품을 취하다 보면 역으로 참신한 시도와 새로운 소재 발굴, 인재 양성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비단 상업적 행위라고는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리스크를 감수한 실험과 도전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대표는 이런 우려에 대해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리, 비영리는 나눠질 수밖에 없어요. 그 개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새로운 시도, 실험적인 도전을 지양한다는 건 아닙니다. 오디컴퍼니로만 봐도 기존 작품들과 함께 실험적인 작품을 동시에 개발 중입니다. ‘캡틴 니모’ ‘위대한 개츠비’ ‘피렌체의 빛’ 등은 물론 실험적인 ‘워더링 하이츠’ 등도 꾸준히 선보일 계획입니다. 효율적이고 균형감 있게 하기 위해 성격에 따라 작품을 나눠 오디에선 대형 작품들을, 새로 만든 아티스트앤컴퍼니를 통해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들게 될 겁니다.”

     

    현재까지 국내 뮤지컬이 영미권에서 언어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리를 잡은 경우는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시장 규모는 일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다만 한국 뮤지컬의 제작력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이유로 K-뮤지컬의 한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국내 대형 뮤지컬 시장의 제작 능력은 물론, 배우의 수준도 상당히 높다고 자평합니다. 대학로의 경우에도 많은 창작 작품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고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작품들이 있었던 것처럼 현재로선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는 작품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일 뿐, 국내외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작품이 나온다면 분명 K-뮤지컬의 한류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선제 조건들이 마련되고 좋은 작품이 나와서 성공사례가 나오면 길이 트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길을 제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K-뮤지컬의 ‘토니상’ 도전도 결코 꿈으로만 머무르진 않겠죠?(웃음)”


    [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67494/?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