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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 넘는 K뮤지컬②] 정체기 접어든 뮤지컬 시장, ‘글로벌’ 재도약 꾀한다
    • 작성일2021/12/29 16:26
    • 조회 868

    "뮤지컬 시장, 언제 터지지 모르는 화약고 같아"

    독립된 협의체 필요...한국뮤지컬제작사 협회 출범

     

     

    “한국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기형적으로 성장하면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진입장벽은 낮고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거품이 형성되면서 불안정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와 같습니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등을 제작한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는 한국 뮤지컬 시장을 ‘화약고’라고 표현했다. 12년간 3배 이상 급속 성장한 시장의 이면엔, 검증되지 않은 일부 컴퍼니의 등장과 이로 인한 제작 불안정성이 늘 존재해왔고, 이는 결국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2년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팬데믹은 기형적 성장을 이어온 뮤지컬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위기는, 시장의 붕괴와 종사자들의 생활고 등의 어려움을 가져온 동시에 제작사들 사이에서 독립된 협의체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6일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초대 의장을 맡고 총 25개의 제작사가 참여한 ‘뮤지컬 제작사 협회’가 출범했다.

     

    협회는 뮤지컬을 독립된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들을 펼친다. 궁극적으로는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을 만들고, 경쟁력을 확보해 뮤지컬 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목적이다. 제작사들은 “그동안 뮤지컬 제작사들이 각자의 성장에만 주력해왔다. 뮤지컬을 독립된 산업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공동의 목적을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협회는 △공연제작 지원정책 마련 △네트워크 및 시스템 구축 △뮤지컬 개발 및 교육사업 △투자 유치 및 지원사업 △행사 및 어워즈 개최 △소외계층 공연 관람 기회 제공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특히 협회는 뮤지컬 시장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현재의 비정상적인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포럼 및 공청회를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제안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시급한 건 안정적인 투자환경 확보다. 제작비 100%의 펀딩이 이뤄진 다음 공연을 시작하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우리는 주로 개인 투자와 대출로 불안하게 무대를 여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처음으로 열린 K-뮤지컬 국제마켓 역시 우리 뮤지컬 작품의 해외 진출과 국내 투자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당시 국제마켓에선, 투자 설명회와 시연회를 통해 20여 편의 창작 뮤지컬 작품이 국내외 관계자와 투자자들을 만났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기술보증기금 업무협약식ⓒ뉴시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 기술보증기금 업무협약식ⓒ뉴시스

    안전한 투자와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다. 2010년 이후 일본과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한국 뮤지컬의 입지를 강화했지만 대부분 중소극장 중심의 작품으로 시장규모는 크지 않았다. 또 당시 불었던 ‘K-뮤지컬’ 열풍 역시 뮤지컬에 출연한 케이팝 배우의 인기에 의한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가요, 웹툰 등 한류로 자리 잡은 장르가 내수시장을 확실히 장악한 후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은 반면, 창작 뮤지컬은 아직 내수시장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국내 창작 뮤지컬 작품 수는 70%가 넘지만 시장 점유율은 30% 안팎이다. 작품 수로만 봐도 20%대 수준의 해외 공연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제작력과 콘텐츠 경쟁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K-뮤지컬’의 한류화의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일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뮤지컬을 ‘산업’으로 보고 그에 맞는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점이다.

     

    연극의 하위 장르 정도로 인식되던 뮤지컬을 별도 장르로 분리하는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뮤지컬 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법령상의 근거를 마련하고 한국 뮤지컬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 육성하자는 취지다. 앞서 지난 9일 해당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뮤지컬 단체들은 “향후 순조롭게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완결되어 법안이 조속히 발효되길 희망한다”고 바랐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스크린에서 ‘기생충’과 ‘미나리’가, OTT에서 ‘오징어게임’과 ‘지옥’이 높여 놓은 한류 콘텐츠의 명성을 ‘K-뮤지컬’이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출처]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67492/?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