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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석 눈빛 다신 못 볼까 두렵다”
    • 작성일2020/09/03 11:34
    • 조회 1,521
    “객석 눈빛 다신 못 볼까 두렵다”


    ■ ‘공연계 코로나 블루’ 속 예술인들의 속내와 바람

    - ‘허난설헌’ 안무가 강효형 힘들지만… 무기력해지진 말자

    - ‘그을린 사랑’ 배우 백석광 강제 안식년 빨리 끝났으면

    - ‘머더 발라드’ 배우 이건명 유튜브 콘서트도 영~ 흥이 안나

    - ‘쇼 머스트 고 온’ 공동기획 신춘수 임시처방 말고 부가세 면제 등 대책을


    ‘취소·취소·취소, 연기·연기·연기….’

    감염병 확산으로 공연계에 우울한 적막감이 감돈다. ‘방역’이 첫 번째 목표가 되면서 작품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무대가 올라가도 마스크를 쓰고 한 칸씩 띄어 앉은 관객은 조마조마한 마음에 집중하기 힘들다. 관객보다 속상하고 불안한 것은 배우와 제작진이다. 존재를 증명할 무대가 자꾸 사라져 속상하고,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코로나 블루’에 휩싸인 예술가들은 어떤 마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까. 최근 취소·중단된 작품 관계자에게 솔직한 속내를 물었다. 강효형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배우 이건명, 연극 ‘그을린 사랑’의 배우 백석광,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말했다. 쉽게 희망을 말하기 힘든 현실이지만 아무리 지쳐도 무기력해져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 오늘도 무대를 준비한다고.



    “지난달 선보이려던 ‘허난설헌-수월경화’는 천재성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여인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개막을 이틀 앞두고 ‘취소 통보’를 받았는데,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자꾸 잃어버리는 우리 무용수들의 현실과 닮은 것 같아 막막해지더라고요.”

    ‘허난설헌’의 안무를 맡은 강효형은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가 믿기지 않는 듯 아직도 작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감염병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드디어 관객과 만나는구나’하는 생각에 절실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그는 “이런 암흑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착잡하고 아득한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허난설헌’ 후반부에 꿈 장면이 나와요. 주인공이 죽음을 예감하는 대목인데, 그 장면의 안무를 짜면서 ‘삶이 지치고 힘들면 꿈에서도 희망을 품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어요. 하지만 실제로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아무리 지쳐도 무기력해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장 9월 말에 ‘베스트 컬렉션’이라는 제목의 갈라 공연이 예정돼 있어요. 또 취소될지 모르지만 취소되기 전까지는 예정된 공연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단원들과 이야기하고 있어요.”

    LG아트센터가 준비하다가 내년으로 연기한 연극 ‘그을린 사랑’의 배우 백석광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올해 취소되거나 조기 종영된 작품만 벌써 네 번째”라는 그는 “‘강제 안식년’이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공연이란 사람이 모여야 가능한 집단예술인데 사람이 모이는 게 위험한 시대가 됐잖아요. 먼 미래에 ‘옛날엔 그렇게 모여서 공연도 보고, 떠들고, 웃을 수 있었지’라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져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일시 중단된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배우 이건명은 ‘언택트’가 앞으로 공연의 중심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불안감을 내비쳤다. “얼마 전 유튜브 라이브 콘서트를 한 적이 있어요. 대면 공연으로 계획했다 상황이 심각해져 무관중으로 전환했죠. 관객의 눈빛을 보면서 교감하지 못하고, 객석 앞에 덩그러니 놓인 카메라만 보면서 노래하려니 흥이 안 나더라고요.” 사랑과 욕망을 다룬 ‘머더 발라드’를 “뮤지컬판 ‘부부의 세계’”라고 소개한 그는 “파국으로 치닫는 작품과 달리 현실에선 부디 사람 사이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 다시 반갑게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소망했다.

    뮤지컬계의 동료 제작자들과 손잡고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을 준비 중이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정부를 향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요청했다. 공연을 강행하는 제작사들이 의무적으로 준수하고 있는 ‘거리두기 좌석제’는 임시 처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뮤지컬의 경우 객석 점유율이 보통 70% 안팎이 돼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한 칸씩 띄어 앉기는 손해를 감수하고 공연을 올리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신 대표는 “‘거리두기’ 의무화는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정부가 부가가치세 면제나 대관료 지원 같은 별도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