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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어 앉기는 임시처방… 연금-보험 틀 갖춰야 공연계 버텨”
- 작성일2020/08/21 11:33
- 조회 1,669
김민 기자 입력 2020-08-21 03:00 수정 2020-08-21 03:00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의 위기극복론… 하루아침에 공연 멈춰 위기감
뮤지컬계 모여 장기 대책 논의… 佛같은 공연 산업 지원책 필요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신춘수 대표는 “가을로 연기된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으로 5억 원을 모금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배우, 스태프를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어떠한 어려움에도 쇼는 계속된다’고 합심해 만든 공연마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을로 연기됐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뮤지컬 갈라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이야기다. 피엠씨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제작사 8곳이 합심해 준비한 공연이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52)를 19일 만났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대표 제작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이 하루아침에 멈추니 위기감이 몰려왔습니다. ‘한번 모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고요. 논의의 시작은 갈라 콘서트였지만, 더 중요한 현안이 많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입니다.”
신 대표가 언급한 현안은 표준계약서, 제작 방식 등에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대형 제작사는 물론이고 중소 제작사도 함께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오며 간과한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했다.
“회사마다 계약 방식도 조금씩 달랐고, 공연을 올리기까지 제작사가 지녀야 할 막중한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습니다.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이 너무 오래 지속됐죠.”
그러면서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말했다.
“뉴욕은 직군별 조합이 잘 정비돼 있습니다. 이들이 개런티 상승 요인 등 세세한 부분을 협의하죠. 조합 정회원이 되기까지 심사도 엄격하고요.”
공연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에게는 막중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사전 제작비를 모두 모아야만 공연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후 오픈런으로 공연을 열어 수익이 나면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죠. 그런데 일단 공연을 열고 보는 국내 제작 시스템은 흥행하지 못했을 때 법적 분쟁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쉽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성공하면 괜찮지만 실패하면 피해자가 무수히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제작사들은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편 신 대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띄어 앉기’나 ‘극장 폐쇄’ 정책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띄어 앉기로 수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아예 셧다운을 결정했습니다. 배우 조합 등에서 오랫동안 구축한 연금과 보험으로 지탱하고 있죠.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없으니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공연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공연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은 산업인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예술이란 틀 속에 가두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앙테르망’(프리랜서를 위한 연금제도) 같은 제도가 생기면 제작자도 합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춘수#오디컴퍼니#코로나#공연계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의 위기극복론… 하루아침에 공연 멈춰 위기감
뮤지컬계 모여 장기 대책 논의… 佛같은 공연 산업 지원책 필요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옥에서 만난 신춘수 대표는 “가을로 연기된 갈라 콘서트 ‘쇼 머스트 고 온!’으로 5억 원을 모금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배우, 스태프를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어떠한 어려움에도 쇼는 계속된다’고 합심해 만든 공연마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을로 연기됐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뮤지컬 갈라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 이야기다. 피엠씨프러덕션, 신시컴퍼니, 클립서비스, 오디컴퍼니, EMK뮤지컬컴퍼니, CJ ENM, 에이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제작사 8곳이 합심해 준비한 공연이다.
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52)를 19일 만났다. 한국 뮤지컬계에서 대표 제작사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 코로나19 때문이다.
“공연이 하루아침에 멈추니 위기감이 몰려왔습니다. ‘한번 모이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고요. 논의의 시작은 갈라 콘서트였지만, 더 중요한 현안이 많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입니다.”
신 대표가 언급한 현안은 표준계약서, 제작 방식 등에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대형 제작사는 물론이고 중소 제작사도 함께할 예정이다. 신 대표는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오며 간과한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했다.
“회사마다 계약 방식도 조금씩 달랐고, 공연을 올리기까지 제작사가 지녀야 할 막중한 책임도 제대로 지지 않았습니다.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이 너무 오래 지속됐죠.”
그러면서 ‘브로드웨이 시스템’을 말했다.
“뉴욕은 직군별 조합이 잘 정비돼 있습니다. 이들이 개런티 상승 요인 등 세세한 부분을 협의하죠. 조합 정회원이 되기까지 심사도 엄격하고요.”
공연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에게는 막중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미국에선 사전 제작비를 모두 모아야만 공연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후 오픈런으로 공연을 열어 수익이 나면 계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죠. 그런데 일단 공연을 열고 보는 국내 제작 시스템은 흥행하지 못했을 때 법적 분쟁으로 가는 구조입니다.”
쉽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성공하면 괜찮지만 실패하면 피해자가 무수히 양산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모인 제작사들은 이런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편 신 대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띄어 앉기’나 ‘극장 폐쇄’ 정책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띄어 앉기로 수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아예 셧다운을 결정했습니다. 배우 조합 등에서 오랫동안 구축한 연금과 보험으로 지탱하고 있죠.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없으니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공연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는 공연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은 산업인데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예술이란 틀 속에 가두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앙테르망’(프리랜서를 위한 연금제도) 같은 제도가 생기면 제작자도 합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거든요. 이번 위기를 계기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신춘수#오디컴퍼니#코로나#공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