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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아닌 확신 가졌다”… 브로드웨이 원 밀리언 클럽 입성
- 작성일2024/06/21 11:54
- 조회 593
[국민 초대석]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올린 신춘수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부터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꿨던 그는 이제 전 세계에서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공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고우리 인턴기자
세계 공연예술 중심지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이 단독 ‘리드 프로듀서’(최종 의사 결정권 가진 제작자)를 맡은 뮤지컬이 공연 중이다. 바로 한국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브로드웨이 씨어터’(1700석)에서 지난 3월 29일 프리뷰를 시작해 4월 25일 공식 개막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라이선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등을 히트시키며 공연 시장을 확대한 주역이다. 그에게는 ‘돈키호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브로드웨이 진출에 저돌적으로 나섰다가 잇따라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가 공동 리드 프로듀서로 나섰던 작품들 가운데 2009년 ‘드림걸즈’는 미국 국내 투어를 했지만,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지 못했고,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와 2015년 ‘닥터 지바고’는 브로드웨이에서 한 달여 만에 조기 종연하는 실패를 맛봤다.
앞선 세 작품과 달리 ‘위대한 개츠비’는 순항 중이다. 사전제작비(본공연 개막 전 투입된 제작비)가 2500만달러(약 346억원)에 달하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예매 사이트에서 5~10위 사이를 오가며 주당 100만달러 이상 매출액을 내는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했다. 500석 이상 상업극장 41개가 포함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지속하는 기준이 바로 주당 매출액 100만달러 유지다. 배우 개런티 등 1주일 운영비로 약 90만달러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일단 11월까지 예정했던 티켓 오픈을 내년 봄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장기공연의 첫 관문을 넘었다. 최근 신 대표를 만나 브로드웨이 도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을 언제부터 가졌는가? 여러 차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브로드웨이 진출에 나선 이유는?
“(제작사 설앤컴퍼니를 거쳐) 2001년 오디컴퍼니를 만들어 독립할 때부터 막연하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이후 2000년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장 규모 탓에 브로드웨이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것이 뮤지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9년 ‘드림걸즈’를 계기로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꿈이 아닌 확신으로 변했다. ‘할러 이프 야 히어 미’와 ‘닥터 지바고’는 제대로 작품을 숙성시키지 못한 채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것에 급급해 실패했다. 그런 경험과 깨달음을 거쳐 8년 만에 다시 도전한 것이 ‘위대한 개츠비’다.”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한 이유는? 브로드웨이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 작품을 발전시켰나?
“요즘 브로드웨이의 트렌드는 밝고 가벼운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문학성을 기반으로 진중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개발 중인 작품들 가운데 내용은 물론 저작권 소멸 시기(2022년) 등을 고려해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했다. 2020년 3월 작가와 작곡가를 구성해 첫 트리트먼트를 만든 후 2021년 배우를 꾸려 이듬해 여러 차례의 낭독공연과 4주간의 최종 워크숍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뉴저지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1200석)에서 3주간의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거쳐 올해 브로드웨이에 왔다. 사실 나를 비롯해 창작진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열정이 작품에 좋은 에너지를 가져온 것 같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이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제작 과정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지바고’ 등 예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작품은 리드 프로듀서가 여러 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늘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19인조 오케스트라를 쓰거나 트라이아웃에 평균 비용의 2배인 7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은 내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트라이아웃에서 매진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에 조기 입성할 수 있었다. 덧붙여 책임과 권한이 따르는 단독 리드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브로드웨이에서 나에 대한 신용이 쌓인 덕분이다.”
-사전제작비 2500만달러는 어떻게 투자받았나?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얼마나 공연해야 하나?
“예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투자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디컴퍼니가 1200만달러를 분담하고 나머지는 한국, 미국, 일본의 투자자가 분담했다. 지금 추세라면 1년~1년 6개월 사이에 2500만달러를 회수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현지 언론의 리뷰가 좋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 프로듀서가 제작한 또 다른 ‘위대한 개츠비’가 머지않은 시기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경쟁하게 될 것 같다.
“원작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인 만큼 작품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했다고 생각한다. 무대화할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매우 좋다. 관객 투표로 결정하는 ‘2024 브로드웨이닷컴 관객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뮤지컬 부문 작품과 남녀 주연 배우들이 선정됐다. 또 다른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우리 작품과 색깔이 달라서 브로드웨이에 와도 문제없을 것 같다. 오히려 경쟁이 붙으면 매출이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프로듀서를 빼고 창작진이 모두 미국인인 ‘위대한 개츠비’를 K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인이 프로덕션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을 때 K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제작방식이 다양해지고 협업이 많은 요즘 제작진의 구성원이 모두 한국인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K뮤지컬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한국에서 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도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창작 작품을 3개 이상 만들어 오디컴퍼니를 글로벌한 공연 회사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면 기업가치가 10억달러 나오는데, 5년 내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오디컴퍼니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부터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꿨던 그는 이제 전 세계에서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공연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고우리 인턴기자
세계 공연예술 중심지인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한국인이 단독 ‘리드 프로듀서’(최종 의사 결정권 가진 제작자)를 맡은 뮤지컬이 공연 중이다. 바로 한국 뮤지컬 제작사인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하나인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브로드웨이 씨어터’(1700석)에서 지난 3월 29일 프리뷰를 시작해 4월 25일 공식 개막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라이선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등을 히트시키며 공연 시장을 확대한 주역이다. 그에게는 ‘돈키호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브로드웨이 진출에 저돌적으로 나섰다가 잇따라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가 공동 리드 프로듀서로 나섰던 작품들 가운데 2009년 ‘드림걸즈’는 미국 국내 투어를 했지만,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지 못했고,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가 들리면 소리쳐)와 2015년 ‘닥터 지바고’는 브로드웨이에서 한 달여 만에 조기 종연하는 실패를 맛봤다.
앞선 세 작품과 달리 ‘위대한 개츠비’는 순항 중이다. 사전제작비(본공연 개막 전 투입된 제작비)가 2500만달러(약 346억원)에 달하는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예매 사이트에서 5~10위 사이를 오가며 주당 100만달러 이상 매출액을 내는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했다. 500석 이상 상업극장 41개가 포함된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지속하는 기준이 바로 주당 매출액 100만달러 유지다. 배우 개런티 등 1주일 운영비로 약 90만달러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일단 11월까지 예정했던 티켓 오픈을 내년 봄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장기공연의 첫 관문을 넘었다. 최근 신 대표를 만나 브로드웨이 도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브로드웨이 진출의 꿈을 언제부터 가졌는가? 여러 차례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 브로드웨이 진출에 나선 이유는?
“(제작사 설앤컴퍼니를 거쳐) 2001년 오디컴퍼니를 만들어 독립할 때부터 막연하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제작하겠다는 꿈을 가졌다. 이후 2000년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장 규모 탓에 브로드웨이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것이 뮤지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9년 ‘드림걸즈’를 계기로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꿈이 아닌 확신으로 변했다. ‘할러 이프 야 히어 미’와 ‘닥터 지바고’는 제대로 작품을 숙성시키지 못한 채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것에 급급해 실패했다. 그런 경험과 깨달음을 거쳐 8년 만에 다시 도전한 것이 ‘위대한 개츠비’다.”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한 이유는? 브로드웨이에 오기 전까지 어떻게 작품을 발전시켰나?
“요즘 브로드웨이의 트렌드는 밝고 가벼운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문학성을 기반으로 진중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개발 중인 작품들 가운데 내용은 물론 저작권 소멸 시기(2022년) 등을 고려해 ‘위대한 개츠비’를 선택했다. 2020년 3월 작가와 작곡가를 구성해 첫 트리트먼트를 만든 후 2021년 배우를 꾸려 이듬해 여러 차례의 낭독공연과 4주간의 최종 워크숍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뉴저지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1200석)에서 3주간의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거쳐 올해 브로드웨이에 왔다. 사실 나를 비롯해 창작진들이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위치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열정이 작품에 좋은 에너지를 가져온 것 같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이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처음이다. 제작 과정에서 이전과 달라진 점은?
“‘지바고’ 등 예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작품은 리드 프로듀서가 여러 명이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이 늘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19인조 오케스트라를 쓰거나 트라이아웃에 평균 비용의 2배인 7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은 내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트라이아웃에서 매진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에 브로드웨이에 조기 입성할 수 있었다. 덧붙여 책임과 권한이 따르는 단독 리드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브로드웨이에서 나에 대한 신용이 쌓인 덕분이다.”
-사전제작비 2500만달러는 어떻게 투자받았나?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얼마나 공연해야 하나?
“예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투자를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디컴퍼니가 1200만달러를 분담하고 나머지는 한국, 미국, 일본의 투자자가 분담했다. 지금 추세라면 1년~1년 6개월 사이에 2500만달러를 회수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현지 언론의 리뷰가 좋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 프로듀서가 제작한 또 다른 ‘위대한 개츠비’가 머지않은 시기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경쟁하게 될 것 같다.
“원작이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인 만큼 작품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했다고 생각한다. 무대화할 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관객 반응은 매우 좋다. 관객 투표로 결정하는 ‘2024 브로드웨이닷컴 관객 초이스 어워즈’에서는 뮤지컬 부문 작품과 남녀 주연 배우들이 선정됐다. 또 다른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우리 작품과 색깔이 달라서 브로드웨이에 와도 문제없을 것 같다. 오히려 경쟁이 붙으면 매출이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프로듀서를 빼고 창작진이 모두 미국인인 ‘위대한 개츠비’를 K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인이 프로덕션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을 때 K뮤지컬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제작방식이 다양해지고 협업이 많은 요즘 제작진의 구성원이 모두 한국인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K뮤지컬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것이다. 내년 하반기 한국에서 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도 논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창작 작품을 3개 이상 만들어 오디컴퍼니를 글로벌한 공연 회사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되면 기업가치가 10억달러 나오는데, 5년 내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jyjang@kmib.co.kr)